밤길을 걷다 보면 하늘의 달이 자꾸 나를 따라오는 것처럼 보인다. 걸어도 달이 계속 곁에 있는 이유가 궁금해진다.
달이 아주 멀리 있어서 생기는 착시다. 달은 너무 멀리 떨어져 있어 우리가 걸어도 보이는 방향이 거의 바뀌지 않는다. 그래서 달이 나를 따라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가까운 것은 지나가면 빨리 뒤로 밀린다. 길가의 나무나 가로등은 가까이 있어, 걸어가면 금세 옆을 지나 뒤로 사라진다.
먼 것은 좀처럼 뒤로 가지 않는다. 반대로 멀리 있는 산이나 건물은 아무리 걸어도 방향이 잘 안 바뀌어 한참 그 자리에 있는 듯 보인다.
달은 그 무엇보다 훨씬 멀다. 달까지의 거리는 우리가 걷는 거리와는 비교도 안 되게 멀다. 몇 걸음이나 몇 정거장을 움직여도 그 거리에 견주면 아무것도 아니다.
그래서 달의 방향이 거의 그대로다. 내가 움직여도 달이 보이는 각도가 사실상 변하지 않아, 늘 같은 쪽에 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주변 풍경과 견주며 더 그렇게 느낀다. 가까운 것들은 휙휙 뒤로 지나가는데 달만 그대로 있으니, 마치 달이 나를 쫓아오는 것처럼 느껴진다.
차를 타면 더 뚜렷하다. 빠르게 달리는 차 안에서는 바깥 풍경이 쌩쌩 지나가는데 달만 가만히 따라와, 이 느낌이 한결 강해진다.
해나 먼 별도 마찬가지다. 낮의 해나 밤의 먼 별도 아주 멀리 있어, 걸어가면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같은 이치다.
흘러가는 구름과 견주면 더 그렇다. 가까운 구름은 빠르게 흘러가는데 그 뒤의 달은 가만히 떠 있어, 달이 따라오는 느낌이 더 도드라진다.
어린아이가 특히 신기해한다. 거리와 시야의 이치를 아직 모르는 어린아이는 달이 자기를 쫓아온다고 여겨 더 신기해하곤 한다.
정리하면 달이 따라오는 것처럼 보이는 것은 달이 너무 멀리 있어 걸어도 방향이 바뀌지 않기 때문이다. 가까운 풍경은 뒤로 지나가는데 달만 그대로 있어 그렇게 느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