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자레인지에서 꺼낸 국은 펄펄 끓는데 그릇은 손으로 잡을 만한 경우가 많다. 전자레인지가 내는 전파는 물 분자만 골라 흔들어 열을 내게 하는데, 유리나 도자기, 플라스틱에는 물이 없어 전파가 그냥 통과해 버리기 때문이다. 그릇이 뜨거운 것은 대개 음식의 열이 옮겨 간 것이다.
전자레인지 안에서는 마이크로파라는 전파가 일 초에 이십억 번 넘게 방향을 바꾸며 쏟아진다. 물 분자는 한쪽은 플러스, 다른 쪽은 마이너스를 띠는 작은 자석 같은 모양이라 전파의 방향이 바뀔 때마다 따라 돌려고 하고, 그렇게 요동치는 분자들이 서로 부딪히며 마찰열을 낸다. 음식 속 물이 데워지고 그 열이 음식 전체로 퍼지는 것이다.
유리와 도자기, 종이는 분자가 전파에 반응하지 않아 전파가 투과하고 열도 거의 나지 않는다. 그런데도 그릇이 뜨거워지는 것은 뜨거워진 음식에 닿아 열을 받았기 때문이고, 음식이 든 부분만 뜨겁고 손잡이나 가장자리는 차가운 것이 그 증거다. 그릇에 유약 속 금속 성분이나 물기를 머금은 흙이 있으면 그릇 자체가 뜨거워지기도 한다.
금속을 넣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금속은 전파를 흡수하지도 통과시키지도 않고 튕겨 내며, 뾰족한 부분에 전기가 몰려 불꽃이 튄다. 금테 두른 접시나 알루미늄 포일이 위험한 것이고, 뚜껑을 꽉 닫은 밀폐 용기는 안의 수증기가 갇혀 터질 수 있으니 살짝 열어야 한다. 달걀이 터지는 것도 껍질 안의 물이 증기가 되어 갇히기 때문이다.
음식이 고르게 데워지지 않는 것도 같은 원리에서 나온다. 전파는 음식 겉에서 몇 센티미터까지만 들어가 속은 겉의 열이 전해져야 데워지고, 얼음은 물보다 전파에 훨씬 덜 반응해 냉동식품은 녹은 부분만 먼저 뜨거워진다. 그래서 중간에 저어 주거나 해동 모드로 천천히 돌리는 것이 좋고, 물이 적은 빵은 금방 딱딱해진다.
전자레인지가 음식만 데우는 것은 전파가 물 분자만 골라 흔들기 때문이니, 그릇이 뜨겁다면 그것은 전자레인지가 아니라 음식이 데운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