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변에서 하루 놀고 온 뒤 며칠 지나면 빨갛게 익었던 어깨가 가렵더니 허물처럼 벗겨진다. 햇볕에 탄 피부가 벗겨지는 것은 자외선에 손상된 피부 세포를 몸이 스스로 떼어 내고 그 아래 새 피부로 갈아입는 과정이다. 벗겨지는 껍질은 자외선 때문에 유전자가 상해 쓸 수 없게 된 세포들이고, 몸은 그것을 남겨 두느니 통째로 버리는 쪽을 택한다.
자외선은 피부 세포 속 유전자를 직접 끊어 놓는다. 가벼운 손상은 세포가 스스로 고치지만, 짧은 시간에 많이 쬐면 고칠 수 없는 세포가 한꺼번에 생기고 이런 세포를 그대로 두면 나중에 암으로 자랄 수 있다. 그래서 몸은 손상이 심한 세포에 스스로 죽으라는 신호를 보내고, 죽은 세포는 피부 표면에서 떨어져 나간다. 이것이 벗겨짐이다.
탄 직후 피부가 빨갛고 뜨거운 것은 손상을 알아챈 몸이 피를 그 자리로 몰아 수리 작업을 시작했기 때문이다. 염증 반응이 일어나 혈관이 넓어지고 부으면서 통증이 생기는데, 이 단계가 하루 이틀 이어진다. 그 사이 피부 아래에서는 새 세포가 빠르게 만들어지고, 사흘에서 닷새쯤 지나면 죽은 바깥층이 새 층에 밀려 들뜨면서 한 장씩 벗겨진다.
벗겨지는 껍질을 손으로 뜯으면 안 되는 이유가 여기 있다. 아직 붙어 있는 껍질 아래의 새 피부는 보호막이 덜 갖춰진 상태라 뜯으면 상처가 나고 색소 침착이 남을 수 있다. 저절로 떨어질 때까지 두고, 보습제를 자주 발라 들뜬 껍질이 부드럽게 떨어지게 하는 편이 낫다. 가려움은 새 피부가 자라며 신경이 자극되는 것이라 시원한 찜질로 가라앉힌다.
벗겨진 뒤 피부가 원래보다 하얘 보이는 것은 멜라닌이 든 세포가 함께 떨어져 나갔기 때문이고, 그만큼 자외선에 더 약한 상태다. 이때 다시 햇볕을 쬐면 더 쉽게 탄다. 탄 피부는 벗겨져도 손상이 완전히 없던 일이 되는 것은 아니라서, 화상처럼 벗겨질 만큼 탄 횟수가 쌓이면 피부암 위험이 올라간다는 연구가 많다.
햇볕에 탄 피부가 벗겨지는 것은 몸이 망가진 세포를 버리고 새것으로 바꾸는 방어 작업이니, 벗겨진다는 것은 이미 상당한 손상이 있었다는 뜻이고 자외선 차단제가 필요한 이유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