등대 불빛이 수십 km 바다 밖에서도 보이는 것은 전구가 특별히 밝아서가 아니라 빛을 한 방향으로 모아 쏘는 렌즈 때문이다. 등대에 쓰는 프레넬 렌즈는 사방으로 퍼지는 빛을 수평으로 납작하게 눌러 한 줄기로 만들어 보내기 때문에, 1,000와트 전구 하나로도 40km 밖에서 보일 만큼 강한 빛줄기가 나온다. 같은 전구를 그냥 켜 두면 몇 km 가기도 전에 흩어져 사라진다.
프레넬 렌즈는 1820년대 프랑스의 오귀스탱 프레넬이 만들었다. 빛을 모으려면 두꺼운 볼록렌즈가 필요한데 등대용으로 만들면 무게가 수 톤이 넘고 유리 안에서 빛이 흡수된다. 프레넬은 렌즈를 동심원 모양의 얇은 고리 여러 개로 나누어 각 고리가 각자의 각도로 빛을 꺾게 만들었다. 두께는 10분의 1로 줄고 빛은 거의 그대로 통과해, 그 전까지 거울로 빛을 모으던 등대의 도달 거리가 단번에 몇 배로 늘었다. 이 렌즈는 지금도 등대뿐 아니라 자동차 전조등과 프로젝터, 신호등에 쓰인다.
등대가 깜빡이는 것도 멀리 보이게 하는 방법이다. 렌즈를 회전시켜 빛줄기가 등대를 중심으로 휘돌게 하면 배에서는 빛이 주기적으로 번쩍이는 것으로 보이는데, 고정된 불빛보다 눈에 훨씬 잘 띄고 깜빡이는 간격을 등대마다 다르게 정해 두어 선원이 어느 등대인지 구별할 수 있다. 해도에는 등대마다 몇 초에 한 번, 흰색인지 붉은색인지가 적혀 있어 밤바다에서 자기 위치를 잡는 기준이 된다.
빛이 아무리 세도 지구가 둥글기 때문에 한계가 있다. 높이 50m 등대의 불빛은 지평선에 가려 25km쯤부터는 바다 위에서 보이지 않고, 배의 돛대가 높을수록 조금 더 멀리서 보인다. 그래서 등대는 가능한 한 높은 절벽 위에 세우고, 안개가 잦은 곳에는 빛 대신 소리를 쓰는 무신호기를 함께 둔다. 요즘 배는 GPS로 위치를 잡지만 전자 장비가 고장 났을 때의 최후 수단으로 등대는 여전히 유지되고 있다.
등대 불빛이 멀리 가는 것은 프레넬 렌즈가 빛을 한 줄기로 모으고 회전으로 깜빡임을 만들기 때문이며, 200년 된 이 유리 고리가 지금도 밤바다의 길잡이 노릇을 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