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 가을에 프랑크푸르트 출장을 다녀왔는데, 주말 짬을 내서 바르셀로나에 다녀온 적이 있습니다. 그때 처음으로 독일에서 저가항공을 이용해봤는데, 왕복 120유로 정도에 다녀올 수 있다는 게 신기했습니다. 한국에서만 살 때는 제주 가는 비행기도 그 정도는 하는데 말이죠. 유럽 안에서 이동하는 감각이 꽤 다르다는 걸 체감했던 기억이 납니다.
독일은 유럽에서도 저가항공 노선이 촘촘하게 짜여 있는 편입니다. 프랑크푸르트, 뮌헨,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같은 대형 공항 말고도 뒤셀도르프, 쾰른/본, 함부르크, 도르트문트, 메밍엔, 하안/라인 공항까지 저가항공이 활발하게 드나듭니다. 특히 라이언에어가 쓰는 하안/라인 공항이나 메밍엔 공항은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지만 그만큼 운임이 저렴해서, 시간 여유가 있는 분들에게는 매력적인 선택지가 됩니다.
독일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저가항공사는 생각보다 많습니다. 대표적으로 루프트한자 자회사인 유로윙스(Eurowings)가 있고, 아일랜드 국적의 라이언에어(Ryanair), 영국의 이지젯(easyJet), 헝가리 기반의 위즈에어(Wizz Air), 스페인의 부엘링(Vueling), 노르웨이의 노르위전(Norwegian) 등이 주요 축입니다. 이 중에서 유로윙스는 뒤셀도르프, 쾰른, 함부르크를 거점으로 두고 독일 국내선과 유럽 단거리 노선을 두루 운항합니다. 라이언에어는 2015년 이후 독일 시장에 공격적으로 진출해서 지금은 베를린 브란덴부르크, 쾰른, 함부르크 등 여러 도시에서 노선을 운영하고 있습니다.
가격대는 시기와 예약 시점에 따라 차이가 큽니다. 비수기 평일에 한두 달 전 예약하면 편도 15-40유로에도 표가 나오고, 성수기나 임박 예약이면 편도 90-140유로까지 올라갑니다. 왕복 기준으로는 100-200유로 선이 가장 흔한 가격대라고 보시면 됩니다. 프랑크푸르트에서 바르셀로나, 뮌헨에서 로마, 베를린에서 프라하 같은 인기 노선은 경쟁이 붙어서 특가가 자주 풀리는 편입니다. 스카이스캐너나 키위닷컴, 구글 플라이트 같은 검색 엔진을 두세 개 비교해서 쓰시는 걸 추천드립니다.
저가항공을 쓸 때 가장 조심해야 하는 부분이 수하물 규정입니다. 기본 운임은 저렴하지만 위탁수하물은 물론이고, 큰 기내용 캐리어까지 별도 요금이 붙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라이언에어 기본 운임은 40x20x25cm 이하의 작은 개인 가방 하나만 허용되고, 10kg짜리 기내용 캐리어를 가져가려면 우선탑승 옵션을 구매하거나 추가 요금을 내야 합니다. 위즈에어와 이지젯도 비슷한 구조입니다. 유로윙스는 그나마 기본(Basic) 운임에도 기내용 가방 하나가 포함되어 있어서 조건이 조금 너그러운 편입니다.
특히 주의해야 할 건 공항에서 현장 추가 요금이 상당히 비싸다는 점입니다. 사전 예약으로 위탁수하물을 추가하면 20-40유로 수준인데, 공항 카운터에서 즉석으로 붙이면 70유로 이상 나오기도 합니다. 기내용 캐리어 규정을 넘겼다가 탑승구에서 걸리면 50-75유로 벌금성 요금이 부과됩니다. 저울로 무게만 재는 게 아니라 실제 사이저(sizer)에 가방을 넣어서 크기도 확인하기 때문에, 애매한 크기의 가방을 들고 가면 낭패를 보기 쉽습니다. 유럽 여행 커뮤니티에 가보면 이 돈 아끼려고 공항에서 옷을 껴입고 타는 사람들 후기도 종종 보입니다.
체크인 방식도 미리 알아두시면 좋습니다. 라이언에어는 모바일 앱 체크인이 기본이고, 현장에서 종이 탑승권을 발급받으려면 55유로 수수료가 붙습니다. 출국 전에 반드시 온라인 체크인을 마치고, 탑승권은 앱에 저장해두시는 게 안전합니다. 이지젯이나 위즈에어도 비슷한 방식을 쓰지만 벌금은 상대적으로 덜 짭니다. 독일 내에서 이동할 때는 신분증 또는 여권을 꼭 챙기셔야 하고, 쉥겐 외 노선(영국, 스위스 일부)이라면 여권 필수입니다.
공항 접근도 변수입니다. 앞서 말씀드린 라이언에어의 프랑크푸르트 하안/라인 공항은 실제로 프랑크푸르트 중심가에서 120km 정도 떨어진 다른 도시(하안)에 있습니다. 버스로 1시간 45분 정도 걸리고, 편도 버스비가 15유로 내외입니다. 메밍엔 공항도 뮌헨에서 110km 가까이 떨어져 있습니다. 검색 결과에서 보이는 특가가 진짜 특가인지 아닌지는, 공항 이동 비용과 시간을 다 합쳐서 계산해보셔야 제대로 보입니다. 때로는 루프트한자 정규편이나 유로윙스가 시내 공항 기준으로 따져보면 더 경제적일 수 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제와 예약 팁 몇 가지 적어드립니다. 저가항공사들은 신용카드 수수료를 별도로 받기도 하고, 데빗카드나 현지 결제 수단으로 결제하면 수수료를 면제해주는 경우도 있습니다. 예약할 때 자동으로 추가되는 여행자 보험, 좌석 지정, 우선 탑승 같은 옵션들은 꼼꼼히 확인해서 필요 없는 건 빼시는 게 좋습니다. 그냥 다음 버튼만 계속 누르다 보면 20-30유로씩 저절로 붙어 있는 걸 결제 화면에서 발견하게 됩니다. 한두 시간 남짓 비행인데 유럽 도시를 가볍게 건너뛸 수 있다는 건 독일 체류자나 여행자 입장에서 정말 큰 매력입니다. 규정만 잘 지키면 정말 저렴하게 다닐 수 있으니까, 첫 이용 전에 각 항공사 홈페이지의 운임 조건을 한 번씩 정독해두시길 권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