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주말 친정어머니 댁에 들렀다가 부엌에서 솔솔 풍기는 닭 육수 냄새에 발걸음이 멈춰버렸습니다. 큰 냄비에 닭이 통째로 들어가 푹 끓고 있었고, 그 옆에는 미리 구워둔 누룽지가 한 봉지 가득 놓여 있었거든요. 어머니가 김해에서 친구분께 배워오셨다며 자랑스럽게 끓이고 계신 게 바로 그 유명한 김해식 누룽지 삼계탕이었습니다. 한 그릇 얻어먹고 집에 돌아와 며칠을 그 맛이 잊히질 않아서, 결국 어머니께 전화로 레시피를 받아 직접 도전해봤어요.
김해는 진영 일대를 중심으로 누룽지 삼계탕이 향토 보양식처럼 자리 잡은 동네인데요. 일반 삼계탕에 찹쌀을 넣는 대신 미리 구워둔 누룽지를 통째로 넣어 끓이는 방식이라, 국물이 훨씬 진하고 구수한 맛이 납니다. 다이닝코드 같은 맛집 사이트에서도 김해시 누룽지 삼계탕 전문점이 꾸준히 상위권에 올라올 만큼 지역 사람들에게 익숙한 메뉴거든요. 집에서 따라 만들기에도 어렵지 않아서, 보양이 필요한 환절기에는 한 번씩 끓여두면 일주일이 든든해집니다.
재료는 의외로 간단합니다. 800g-1kg 정도의 영계 한 마리, 누룽지 100-150g, 통마늘 8-10쪽, 대파 흰 부분 2대, 그리고 황기와 헛개를 포함한 삼계탕용 다시팩 한 봉지가 기본이에요. 여기에 소금 1/2큰술과 후추 약간이면 간이 충분히 맞춰집니다. 누룽지는 시판 제품을 써도 되지만, 시간이 있다면 찬밥을 팬에 얇게 펴서 약불로 15-20분 정도 노릇하게 구워내는 편이 향이 훨씬 살아납니다. 냉동밥을 해동해서 누룽지로 만드는 분들도 많은데, 수분이 살짝 남아 있어서 오히려 끓일 때 풀어지는 속도가 빠르더라고요.
닭은 흐르는 물에 깨끗이 씻고 꽁지 부분의 기름덩어리를 가위로 잘라냅니다. 이 기름을 빼주는 게 국물이 텁텁해지지 않는 비결이거든요. 뱃속에는 따로 찹쌀이나 대추를 넣지 않습니다. 김해식의 핵심은 어디까지나 누룽지로 농도를 맞추는 데 있어서, 처음부터 속을 채워버리면 누룽지 풀어진 결이 어색하게 느껴진다고 어머니가 신신당부하시더라고요.
큰 냄비에 손질한 닭을 넣고 닭이 잠길 만큼 물을 부어줍니다. 보통 1.8-2L 정도면 적당한데, 끓이면서 졸아드는 양을 감안해 조금 넉넉히 잡으셔도 됩니다. 여기에 통마늘, 대파 흰 부분, 다시팩을 함께 넣고 센 불에서 20분, 다시 중불로 줄여 30분 정도 더 끓여주세요. 총 50분 가까이 푹 끓여야 닭살이 부드럽게 떨어지고 육수에 깊이가 생깁니다. 중간중간 거품을 걷어내면 국물이 더 맑아지는데, 너무 자주 휘저으면 뼈가 빨리 빠지면서 살이 부서지니 살살 다뤄주시는 게 좋아요.
닭이 다 익었다 싶으면 다시팩을 건져내고 누룽지를 넣습니다. 누룽지는 한 번에 다 쏟지 말고, 절반씩 두 번에 나눠 넣으셔야 농도 조절이 쉬워요. 처음 절반을 넣고 5분 정도 끓이다가 국물이 살짝 걸쭉해지는 느낌이 들면 나머지를 추가하시면 됩니다. 너무 빨리 다 부으면 누룽지가 풀어지면서 죽처럼 되어버려서, 삼계탕 특유의 맑고 진한 국물 맛이 사라지거든요. 누룽지가 들어간 뒤로는 8-10분만 더 끓여 마무리합니다.
마지막에 소금과 후추로 간을 맞추는데, 이때도 한꺼번에 다 넣지 마시고 조금씩 넣으면서 맛을 보는 편이 안전합니다. 누룽지가 짠맛을 잘 빨아들여서, 처음에는 싱겁게 느껴져도 식탁에 옮겨놓으면 간이 적당해지는 경우가 많거든요. 식성에 따라 들깨가루를 1큰술 정도 풀어 넣기도 하는데, 김해 현지 식당에서는 들깨를 거의 쓰지 않고 후추만 살짝 뿌리는 게 더 정통이라고 합니다.
그릇에 옮겨 담을 때는 닭 한 마리를 통째로 올리고 누룽지 국물을 넉넉히 부어주세요. 부추겉절이나 깍두기 같은 매콤한 반찬을 곁들이면 한 끼가 완벽해집니다. 남은 국물에 다음 날 찬밥을 말아 먹어도 별미인데, 이게 또 누룽지 향이 한 번 더 우러나오면서 점심 한 끼로 손색이 없더라고요. 환절기 감기 기운이 돌 때나 입맛이 없는 가족이 있을 때 한 번 도전해보시면, 김해까지 안 가도 그 맛이 충분히 흉내가 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