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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귀나무 잎은 왜 밤이 되면 접힐까?


6월 말부터 분홍 부채 같은 꽃을 피우는 자귀나무는 꽃만큼이나 신기한 게 잎인데요. 낮에는 새 깃털처럼 활짝 펼쳐져 있던 잔잎들이 해가 지면 양쪽이 서로 맞닿게 가지런히 접힙니다. 마치 잠을 자는 것 같다고 해서 이 나무를 두고 부부 금실을 상징하는 합환목이라 부르기도 하는데요. 잎은 대체 왜 밤마다 접히는 걸까요. 답은 식물이 빛의 변화에 맞춰 잎의 각도를 움직이는 수면운동이라는 현상에 있습니다.

 

자귀나무 잎자루 밑부분에는 엽침이라고 부르는 볼록한 관절 같은 조직이 있는데요. 이 조직 속 세포들이 물을 머금었다 내보냈다 하면서 압력을 바꾸면 잎이 들리거나 접힙니다. 낮에는 빛을 감지해 세포가 물을 가득 채워 잎을 펼치고, 어두워지면 물이 빠지면서 잎이 접히는 식이에요. 미모사를 건드리면 잎이 오므라드는 것과 같은 장치인데, 미모사가 접촉에 반응한다면 자귀나무는 빛과 생체리듬에 맞춰 매일 저녁 정해진 시간에 잎을 접는다는 점이 다릅니다.

 

그럼 왜 굳이 밤에 잎을 접도록 진화했을까가 궁금해지는데요. 학자들이 꼽는 설명은 몇 갈래가 있습니다. 잎을 접으면 밤사이 잎 표면에서 빠져나가는 수분과 열 손실이 줄어들고, 빗방울이나 이슬이 잎에 고이는 것도 막을 수 있다는 것이 대표적이에요. 잎을 접어 표면적을 줄이면 밤에 잎을 갉아 먹는 곤충 눈에 덜 띈다는 방어 가설도 있습니다. 어느 쪽이든 빛합성을 못 하는 밤 시간에 잎을 활짝 펴두는 비용을 아끼려는 절전 모드라고 이해하시면 크게 틀리지 않아요.

 

이런 수면운동은 자귀나무가 콩과 식물이라는 것과 관련이 깊은데요. 콩잎이나 클로버, 괭이밥도 밤이 되면 잎을 접거나 늘어뜨리는 같은 습성이 있습니다. 자귀나무는 그중에서도 잔잎이 수십 쌍씩 마주 붙은 겹잎 구조라 접히는 모습이 유난히 또렷하게 보이는 것뿐이에요. 재미있는 건 가로등 바로 옆에 심긴 자귀나무는 밤에도 잎을 덜 접는 경우가 있다는 점인데, 그만큼 빛 신호에 충실하게 반응하는 시스템이라는 방증입니다.

 

정원수로 들일 생각이라면 알아둘 점도 있는데요. 자귀나무는 추위에 약한 편이라 중부 내륙에서는 어린나무가 겨울에 동해를 입기 쉽고, 햇빛을 아주 좋아해 그늘에서는 꽃이 부실해집니다. 콩과라 척박한 땅에서도 잘 자라고 비료 욕심이 없는 건 장점이에요. 6월 말부터 한여름까지 명주실 다발 같은 분홍 꽃이 이어지고 향도 은은해서, 볕 좋은 마당 한 켠에 심으면 꽃과 잎의 개폐까지 두 가지 구경거리를 주는 나무입니다.

 

정리하면 자귀나무 잎이 밤에 접히는 건 잎자루 관절의 수압 장치가 빛에 맞춰 작동하는 수면운동으로, 수분과 에너지를 아끼려는 식물의 절전 전략입니다. 시들어서 처지는 게 아니니 저녁에 잎 접힌 자귀나무를 보셔도 걱정하실 일은 아니에요.


The goal of life is living in agreement with nature. – Z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