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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사의 사탑은 왜 기울어졌고 언제 세워졌나요?


피사의 사탑 하면 누구나 옆으로 기울어진 하얀 탑을 떠올리잖아요. 여행 사진에서 탑을 손으로 밀거나 받치는 포즈를 취하는 것도 유명하고요. 그런데 이 탑이 대체 왜 기울어졌는지, 원래 기울어지게 만든 건지 아니면 사고였는지 궁금해하시는 분들이 많더라고요. 저도 학생 때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면서 처음 자세히 알아봤는데, 알면 알수록 흥미로운 이야기가 많았어요.

 

피사의 사탑은 이탈리아 토스카나주 피사시에 있는 피사 대성당의 종탑이에요. 공사가 시작된 건 1173년인데, 완공까지 무려 약 200년이 걸렸어요. 처음에는 똑바로 세울 계획이었는데, 공사 도중에 기울어지기 시작한 거지요. 그래서 공사를 중단하고 약 100년을 기다렸다가 다시 이어서 지었는데, 재미있는 건 기울어진 각도에 맞춰서 위층을 약간 반대쪽으로 틀어서 지었다는 거예요. 그래서 탑을 자세히 보면 완전한 직선이 아니라 살짝 바나나 모양을 하고 있답니다.

 

기울어진 이유는 지반 문제예요. 피사시 자체가 아르노 강의 범람원 위에 세워진 도시라서 땅이 굉장히 약하거든요. 점토와 모래가 섞인 무른 지반인데, 이런 곳에 높은 탑을 세우면서 기초를 겨우 3m밖에 파지 않은 거예요. 탑의 무게가 14,453톤이나 되는데 기초가 그 정도밖에 안 되니 하중을 견디지 못하고 한쪽으로 기울어진 거지요. 요즘 기준으로 보면 설계 자체가 무리였다고 할 수 있어요.

 

탑의 규모를 좀 더 구체적으로 말씀드리면, 높이는 낮은 쪽이 약 55m, 높은 쪽이 약 58.36m 정도예요. 기울어져 있으니 양쪽 높이가 다른 거지요. 총 8층 구조의 흰 대리석 원통형 건물인데, 외벽을 따라 원형 회랑이 있어서 올라가면서 바깥 경치를 볼 수 있게 되어 있어요. 꼭대기까지 올라가는 계단은 297개라고 하는데, 기울어진 방향에 따라 오르는 느낌이 좀 달라진다고 해요.

 

세월이 지나면서 기울기가 점점 심해져서 결국 1990년에 일반인 출입을 금지하고 대대적인 보수공사에 들어갔어요. 이 공사가 2001년까지 약 11년 동안 진행됐는데, 땅속에 흙을 빼내는 방식으로 기울기를 교정했다고 해요. 그 결과 수직선에서 약 4.1m 정도 기울어진 상태로 안정화시켰고, 2001년에 다시 일반인에게 공개됐어요.

 

재미있는 건 보수공사 이후로 탑이 조금씩 바로 서고 있다는 거예요. 매년 약 2mm씩 수직 방향으로 돌아오고 있다는 연구 결과가 있는데, 이 속도라면 200-300년 후에는 완전히 똑바로 설 수도 있다고 해요. 물론 그때가 되면 기울어진 탑이라는 별명을 잃게 되겠지만요. 2018년 기준으로 2001년보다 약 4cm 정도 더 바로 섰다는 보고도 있었어요.

 

피사의 사탑이 지진에도 무너지지 않은 비결도 흥미로워요. 연구자들에 따르면 오히려 약한 지반이 지진파를 흡수하는 역할을 해서 탑에 전달되는 충격이 줄어든다고 해요. 800년이 넘는 세월 동안 수차례의 지진을 견뎌낸 이유가 역설적으로 약한 지반 덕분이었다니, 참 아이러니하지요.

 

이탈리아 여행을 계획하고 계신 분들이라면 피사의 사탑은 꼭 가볼 만한 곳이에요. 실제로 보면 사진보다 기울기가 더 확실하게 느껴진다고 하더라고요. 피사 대성당 광장에 있으니 대성당과 세례당까지 함께 둘러보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The goal of life is living in agreement with nature. – Zen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