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에 마트에서 아스파라거스가 제철이라고 할인을 하길래 한 묶음 집어왔거든요. 사실 평소에 자주 먹는 채소는 아니었는데, 한번 구워 먹어보니까 이게 은근히 맛있더라고요. 그래서 이참에 아스파라거스가 왜 '왕의 채소'라고 불리는지 좀 찾아봤습니다.
아스파라거스는 유럽에서는 오래전부터 고급 식재료로 대접받아온 채소예요. 프랑스 루이 14세가 즐겨 먹었다는 이야기도 있고, 실제로 유럽 레스토랑에서는 봄철 제철 메뉴로 꼭 등장하는 식재료이기도 하지요. 국내에서도 4-5월이 제철이라 요즘 마트에서 쉽게 구할 수 있는데, 가격이 다른 채소에 비해 좀 있는 편이긴 합니다.
영양 성분부터 보면 아스파라거스 100g당 열량이 20kcal밖에 안 돼요. 단백질은 2.2g, 탄수화물 4g, 섬유질 2.1g 정도 들어 있고 지방은 0.1g으로 거의 없다시피 합니다. 칼로리가 워낙 낮으니 다이어트 중인 분들한테는 정말 괜찮은 식재료인 셈이지요. 거기다 엽산 함량이 셀러리보다 6.5배나 높다고 하는데, 이게 임산부나 수유 중인 분들한테 특히 좋은 이유이기도 합니다.
아스파라거스 하면 빠질 수 없는 게 아스파라긴산이에요. 이름에서도 알 수 있듯이 아스파라거스에서 처음 발견된 아미노산인데, 이 성분이 간에서 알코올을 분해하는 걸 도와준다고 해요. 그래서 술 마신 다음 날 숙취가 심할 때 아스파라거스를 먹으면 좀 나아진다는 얘기가 있는 거지요. 실제로 제주대학교 연구팀에서 아스파라거스 추출물이 간세포 보호에 도움이 된다는 연구 결과를 발표한 적도 있습니다.
비타민K도 꽤 풍부하게 들어 있어요. 비타민K는 뼈 건강에 중요한 역할을 하는 영양소인데, 칼슘이 뼈에 잘 흡수되도록 돕는 기능을 합니다. 나이가 들수록 골밀도가 떨어지기 쉬운데 비타민K가 풍부한 음식을 꾸준히 먹으면 도움이 된다고 하더라고요. 다만 한 가지 주의할 점이 있는데, 항응고제나 혈액 희석제를 복용하시는 분들은 비타민K가 약효를 방해할 수 있어서 섭취량을 조절하시는 게 좋습니다.
봉오리 부분에는 루틴이라는 성분이 많이 들어 있어요. 루틴은 혈관을 튼튼하게 해주고 이뇨작용을 촉진하는 효과가 있어서 혈압이 높은 분들한테 도움이 된다고 합니다. 그리고 비타민A, C, E도 골고루 함유되어 있어서 항산화 작용도 기대할 수 있고요. 이렇게 보면 작은 채소 하나에 영양소가 정말 알차게 들어있는 셈이에요.
손질법도 간단합니다. 밑동 쪽을 2-3cm 정도 잘라내고, 아래쪽 줄기가 질긴 편이니까 필러로 얇게 껍질을 벗겨주면 돼요. 이렇게 하면 식감이 훨씬 균일해져서 먹기 좋습니다. 보관할 때는 물기 있는 키친타올로 밑동을 감싸서 냉장보관하면 3-4일 정도는 싱싱하게 유지할 수 있어요.
먹는 방법은 생각보다 다양한데요.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건 올리브오일 살짝 두르고 소금 뿌려서 팬에 구워 먹는 거예요. 겉은 살짝 바삭하고 속은 아삭한 식감이 정말 괜찮거든요. 끓는 물에 1-2분 살짝 데쳐서 반숙 달걀 노른자에 찍어 먹는 것도 클래식한 방법이고, 베이컨으로 돌돌 말아서 구워도 훌륭한 안주가 됩니다. 아스파라거스에 들어 있는 비타민A, D, E, K가 전부 지용성이라 기름과 함께 조리하면 영양 흡수율이 더 높아진다고 하니 볶거나 구워 먹는 게 영양학적으로도 좋은 방법이에요.
부작용이라고 할 건 별로 없지만 한 가지 재미있는 점이 있어요. 아스파라거스를 먹고 나면 소변에서 특유의 냄새가 나는 경우가 있는데, 이건 아스파라거스산이라는 성분이 체내에서 분해되면서 생기는 현상이라고 합니다. 건강에는 아무 문제가 없으니 놀라지 않으셔도 돼요. 다만 신장 질환이 있는 분들은 아스파라거스에 퓨린 성분이 있어서 과다 섭취를 피하시는 게 좋고, 통풍이 있으신 분들도 마찬가지로 적당량만 드시는 게 좋습니다.
마트에서 고를 때는 줄기가 곧고 단단한 것, 봉오리가 단단하게 오므려져 있는 걸 고르시면 됩니다. 색이 진한 녹색일수록 신선한 거고, 밑동이 마르거나 갈색으로 변한 건 수확한 지 좀 된 거니까 피하시는 게 좋아요. 요즘 국내산도 많이 나오는데 충남 부여나 경남 하동 쪽에서 많이 재배한다고 하더라고요. 제철인 지금이 가격도 맛도 가장 좋은 시기니까, 아직 안 드셔보신 분들은 한번 도전해보시는 것도 괜찮을 것 같습니다.